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은 옮겨와 앉았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 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사람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 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 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END]
* 1884년 4월 5일 일본을 거쳐 제물포항에 첫발을 밟은
한국 선교의 아버지 언더우드 선교사!
전혀 알지 못하고 생소한 땅에서 선교의
방향에 대하여 고뇌를 한 흔적이 담긴 기도로
당시 우리 사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