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교 소풍 가는 날
(1)
집을 나서려니 고픈 눈에 빈 마음이 설렘으로 다가와 서두른다.
혹시나 늦을까, 놓치면 어쩌나,...
오늘은 하나님이 그려 가시는 가을 풍경화 화실의 초대장이다.
점선을 찍고, 선 긋고, 물감을 흩뿌리며 그려가시는 진행형 수채화 한폭 속에
나도 들어있음을 느낀다.
노란색, 빨간색,...나의 인생의 색깔도 하나님의 작품 속에 들어있음을 안다.
우리가 도착한 Susquehanna State Park,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고 한적한 호숫가에는 물새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에 흰구름도 두둥실 우리를 반겨준다.
지나온 시간들, 또 앞으로 남은 시간들 우리가 생각한들 어찌 알소냐,
오늘 하루라도 즐겁고 신나게 보내자며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그려 놓으신 아름다운 풍경화 속을 걸었다.
공기도 달콤하고 햇살도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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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우러지는 가을을 익혀 담으시는 하나님의 도화지에는 바람조차도 잠잠케 하시고
하늘을 내려다가 호숫물에 풀어 파랗게 녹이고 계셨다.
눈길 닿고 발길 가는 곳 마다 마다에는 고요가 새벽이슬처럼 매달려 있고,
웅대 무변의 진행형 미완성 수채화 한폭 속에서
우린 그만 훌쩍~ 땅탕따먹기 구슬치기의 코흘리개로, 사랑을 알아 가던 사춘기의 시공을 넘나들며
그때 거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一場秋夢에 풍더덩~ 빠저버렸다.
나를 잊어 버린채, 하나님의 화실을 넘나들며 색안경 너머의 가을을 가슴에 넣고 담으며
따쓴 햇볕에 포근히 감싸인채,
그냥 좋아서, 거저 고마와서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죄송합니다"는 한마디를 무색의 도화지에 덧칠 하면서 돌아 가야할 둥지로 발길을 돌렸다.
까만 어둠이 내리기 전에... (글쓴이: 이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