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주보에 입맞춤을”
송종남 목사
몇일 전에 요양원에 계신 Y권사님을 뵙고 왔습니다.
얼마 전에 넘어지셔서 병원에 입원도 하셨었는데 다행히도 기력을 회복하셨습니다.
갈 때마다 얼마나 반갑게 맞아주시는지,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죄송함이 늘 있습니다.
권사님은 평생 ‘참 고우시다’ 라는 소리를 듣고 사셨습니다. 요양원에 계셔도 여전히 곱고 단정하신 모습이었습니다.
권사님의 고운 모습이 목련꽃 필적에는 목련꽃을 닮았고, 수국이 한창일 때는 분홍빛 수국을 닮은 것 같아서 권사님께 갈 때는 그런 꽃을 사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권사님은 노래를 참 잘하시던 분이라서, 언젠가 댁으로 심방을 갔을 때 권사님이 찬송하시는 것을 녹음해 둔 것도 어딘가에 있습니다.
요양원으로 가신 후, 방문할 적마다 그곳 생활을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언제는 그곳에 계시는 분들과 예배를 드릴 때에 권사님이 대표기도를 하셨다고 좋아하기도 하셨습니다.
우리 내외가 권사님을 방문하고 돌아올 적마다 권사님은 돕는 분에게 휠체어를 돌려 달래서 우리가 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시곤 하셨습니다. 그런 권사님에게서 저는 지금은 천국에 계신 제 어머니의 마음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시는 권사님의 마음엔 반가움, 그리움, 외로움, 재회의 기다림, 가고 싶은 교회, 보고 싶은 사람들... 별별 마음이 다 포함되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방문소식을 듣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던 착한 며느리와 함께 예배를 드린 후, 며느리가 권사가 되었다는 소식은 물론이고, 친구 권사님들 소식들 포함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지고 갔던 교회주보를 권사님께 건내 드렸습니다. 그런데 권사님은 교회주보를 받자마자 주보 맨 앞장에 있는 교회 그림에다 입맞춤을 막 하시는 거였습니다.
‘우리교회, 아, 우리교회, 델라웨어 우리교회...“ 하시면서 주보에 얼굴을 비비시면서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고이셨습니다. 얼마나 교회가 그리우셨던지, 다시 교회를 가게 되면 교회 팻말 앞에서 ”우리교회 만세 ’라고 소리치면서 만세를 부르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내 발로 걸어서 다닌다는 것, 운전을 하고 다닌다는 것, 늘 갈수 있을 때 언제라도 교회에 갈수 있다는 것, 내 손을 펴서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귀로 설교를 들을수 있다는 것, 성전 안에있는 의자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 감사는 커녕, 이런 것들은 당연히 누리고 사는 것이라 여기는 우리들인데...우리가 갖고, 누리고 사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권사님을 보면서 훅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교회에 가고 싶으시면 교회 그림에다 입맞춤을 하시나, 얼마나 교회가 그리우시면 주보만 보아도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메이시나, 얼마나 하나님 집이 그리우시면 교회 앞에 가서 만세삼창을 하고 싶으시다는 것일까? 얼마나 교회가 그리우시면 목사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계시나?
권사님은 마치 시편기자가 ‘내 영혼이 여호와의 궁정을 사모하여 쇠약함이여’ 하면서 주님의 전을 사모하는 열망을 고백했던 것처럼, 같은 고백을 하고 계셨습니다.
언젠가부터 제 아내는 ‘지금 너무 바쁘다, 일이 많아서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자주 말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날도 언젠가는 그리워 할 날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바쁘고, 고단하고, 할 일 많은, 이 시간들을 언젠가는 그리워할 날이 꼭 있을 겁니다. 뛰고 달리며 치열하게 사는 이런 날들을 그리워할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우리 Y권사님이 교회와 관계된 모든 것을 그리워하며 주님의 전을 사모하시듯이, 우리도 그런 날들이 꼭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에 더 열심히 주님의 전을 찾고, 더 열심히 기도해야하고, 더 열심히 찬양하며 예배드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다시 갖고 왔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함께 누리며 살고 있는 것들, 어느 것 하나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또 하고 왔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권사님이 건강을 조금이라도 회복하셔서 교회 앞마당에 와서 만세삼창을 하실 날이 꼭 있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