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다시 오월입니다 (2015년 5월)

송종남목사 0 9,684 2015.05.08 10:24
“다시 오월입니다”
송종남 목사
 
참 좋은 계절 5월입니다.
온갖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색깔과 자태로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온 천지는 연초록 옷을 갈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새벽엔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을 깹니다. 부드러운 햇살과 바람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올 봄은 다른 어느 해보다 늦추위의 심통으로, 우리 모두 따뜻한 봄을 더 간절히 기다렸는데, 그래서 올 5월은 더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운전을 하며 ‘좋다, 정말 좋다, 참 좋다’ 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옵니다. 5월은 누가 뭐라해도 계절의 여왕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 초록빛 벌판을 향해 달려가며, 그들의 웃음소리는 하늘에서 흩어져 어른들에게 기쁨으로 내려옵니다.
5월에는 어린이날, 부모님의 날, 선생님의 날, 이런 날들이 죽 들어있어서 생각만 해도 희망, 기쁨, 감사, 사랑, 이런 단어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런데 5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날이 어버이 날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이 곁에 살아 계신 분들도 있지만 이미 천국으로 가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에 계신 분들도 있지만 멀리 한국에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건강하셔서 혼자 거동하시기에 불편이 없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아픈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현대 생활과 가족 패턴은 우리 전 세대와는 달리,(아니 핑계일지 모르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또 연로하시고 아파도 곁에서 일일이 돌봐드릴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연세드신 분들을 위한 좋은 시설도 많이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5월이 되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며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5월이 이상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대부분은 누군가의 부모입니다.
그런데 부모만한 자식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 5월이 아픔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아버지’, 아무리 불러보아도 참 그리운 호칭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이름입니다. 아무리 미루고 또 미루어도 Due date이 없는 이름입니다. 온갖 투정 다 부려도 말대꾸가 없는 이름입니다. 속이 없는 이름입니다. 느낌이 없는 이름입니다. 끝없는 기다림의 이름입니다. 가장 가난한 이름입니다, 아니 퍼내고 또 퍼내도 끝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아직도 줄 것이 많이 남아있는 가장 부요한 이름입니다. ‘괜찮다’ 라는 말밖에 모르는 이름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까운 것도 없고, 포기 못할 것도 없고, 생명까지라도 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이름입니다.
 
5월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데, 그런데, 이 5월은 아픔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시간이 넉넉해 질 때까지, 살만해 질 때까지, 부모님은 계속 젊으시고, 곁에 계실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깨달아졌을 때는 시간이 참 많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도, 예쁜 것도, 맛 있는것도, 멋있는 것도...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다시 5월입니다.
부모님들이 살아 계시다면 그 어느 때보다 기쁜 5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이 어쩔지 모르겠는데, ‘괜찮다. 나중에 해’라는 말은 믿지 않아도 됩니다. 절대로 괜찮지 않으며, '나중' 이라는 시간은 없습니다.
이미 부모님이 천국에 계시다면 ‘사랑한다. 고맙다. 영원히 기억할께’라는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말씀을 기억하며 잘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부모로 살기를 바랍니다.
 
참 좋은 계절, 5월인데...가시 같은 아픔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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