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흐린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개인 날”

송종남목사 0 8,582 2014.04.05 21:48
제가 전에 살았던 뉴멕시코 알버커키는 지대가 5000피트 높이에 위치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날씨의 변화가 아주 심한 도시였습니다. 3, 4월쯤되면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집채가 흔들릴 정도였고,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겹겹의 모래바람이 한바탕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면 어느새 봄이 가고 여름이 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쓰러버릴 듯이 한바탕 비가 요란하게 쏟아지다가도 금새 해가 쨍쨍 나고, 눈이 펑펑 내려서 온 도시를 꼼짝 못하게 매어 놓았다가도 한나절만 지나면 그 눈이 온데 간데 없이 녹아버리는 날씨를 매년 보았었습니다. 꽃샘추위도 얼마나 변덕스럽게 오는지 어느 때는 5월에도 눈이 내려서, 과일 나무들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많이 달렸다가도 그 꽃샘추위 때문에 울상을 짖는 모습도 많이 보았었습니다. 저는 알버커키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심한 꽃샘추위를 겪으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해가 쨍 하게 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고 또 바람이 심한 날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폭풍우가 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변덕스럽고 요란한 날씨지만, 그것 후에는 반드시 해가 다시 떠올라서 개인 날이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이곳 델라웨어의 지난 겨울도 어지간히 질펀 거리는 날씨였습니다. 무슨 눈이 사흘이 멀다고 오고 따뜻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기라도하면 곧이어 매섭게 추운 날씨가 닥쳐왔습니다. 어느 날은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이 끼어서 오늘도 맑은 하늘은 볼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밝은 태양이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는 것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날마다 날씨가 맑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날마다 바람이 불지도 않습니다. 눈과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해가 나는 날도 있고, 바람이 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잠잠한 날도 있습니다. 아니 해나는 날과 잠잠한 날이 분명히 더 많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 교회에 몸이 아픈 분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소망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병이 날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고, 예기치 않게 닥치는 어려움들입니다. 어떤 분은 그 아픈 가운데에서도 예전에 알지 못했던 세심한 주님의 손길과 섭리를 알게 된 기쁨을 어찌할 수 없어서, 병상에서 깨닫고 경험했던 일들을 열심히 들려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비록 육신은 아프지만 그 중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주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고, 주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아픔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아픔이 그저 아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속에 분명히 하나님의 뜻이 계시고 하나님이 우리들을 향한 또 다른 계획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도님들도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 곁에는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우리 하나님이 계시고 또한 기도하는 믿음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 당하는 고난은 잠깐 비오는 날, 바람 부는 날, 천둥 치는 날쯤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밝은 해는 반드시 떠오를 것입니다. 개인 날은 꼭 돌아옵니다. 그리고 해가 비치고 맑은 날이 흐리고 비오는 날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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