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밥을 먹다
송종남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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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14:39
청년들과 밥을 먹다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 담근 김치가 맛있게 익었다면서 이럴 땐 누구를 초대해서 함께 먹어야 하는데..’ 라는 소리를 지나가는 말로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교회 청년들을 집에 한번 초대해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잘 익은 김치’ 의 힘을 빌어서 어제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입니다.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 일곱 명이 왔습니다. 사실 교회에서는 누가 누군지 이름조차 못 익히겠고 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는데 같이 식탁에 앉아서 이름과 얼굴을 익혔습니다. 매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늦어도 예배를 드리러 오는 학생들을 보면 참 대견했습니다. 제 아이들만 보아도 학생 때는 할 일도 많고, 잠도 많고, 갈 곳도 많은 줄 아는데...예배드리는 날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제 아이들같이 기특했습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탓인지 모두 맛있게 많이 먹어주니 고맙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습니다.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는 제한이 알게 모르게 있는데, 음식 앞에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마음껏 먹는 즐거움, 그것이 청년들과 함께 밥먹는 기쁨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들 목에 밥 넘어가는 것을 보면 부모는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얘기를 다시 실감합니다.
아내는 나에게 밥을 다 먹었으면 얼른 자리를 비켜주라고 눈짓을 했습니다. 내가 일어나서 다른 자리로 가자마자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갑자기 왁자지껄하며 우렁찬 웃음이 터집니다. 우리 집에 오랫만에 싱그러운 젊음이 가득합니다.
저는 이글을 읽는 분들께 한가지 제안하고 싶습니다. 밥맛이 없다면 젊은이들과 함께 밥을 먹어 보라구요. 특별한 찬이 없어도 젊음 그 자체가 맛입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밥맛이 생기고 배가 부릅니다. 생동감이 일고 힘이 솟습니다.
젊은이들과 자주 밥을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