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천사의 방문"

송종남목사 0 7,514 2018.11.12 13:01

“천사의 방문”  

                              송종남 목사


목회는 어쩌면 성도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도도 사랑이고, 마음 써주심도 사랑이고, 위로도, 관심도 다 사랑의 다른 모습이니 늘 고맙고 고마울 뿐입니다.


여름철에는 채소를 키우거나 과일의 첫 열매를 거두면 제일 먼저 목사에게 갖다 주시는 한국교회만의 정성스런 전통이 이민 교회에도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런 것을 받아먹을 때 마다 송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것을 주실 땐, 집으로 가져다 주시는 분들도 있고, 또 교회에서 만나면 건네 주시기도 해서 대부분은 누가 주시는지 알기에 집으로 가져와서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을 기도에 담아서 하나님께 말씀드리고 먹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새벽기도를 하고 나오면 제 사무실 문 앞이나, 사무실에 살짝 무엇을 놓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저나 아내에게 무엇 무엇을 놓고 왔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즉시즉시 하고 받을 적도 있지만, 어떤 때는 누가 놓고 갔는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아무런 쪽지도 없고, 말씀도 없이 그렇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템도 참 다양합니다.

 크리스마스 때면 예쁜 Wreath도 있고, 한국에서 가져오신 귀한 것들도 있고, 비타민도 있고, 맛있는 과자도 있고, 커피도 있고, 농산물도 있고, 채소 모종도 있고, 책도 있고, 쪽지편지도 있고, 꽃이 담긴 화분도 있고, 겨울철엔 장갑도 있습니다. 그 종류를 다 기억할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템만 봐도 성도님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도 남습니다.


이런 무명의 정성을 맞을 때마다 처음엔 ‘어떤 분 일 거 같다’고 추측해서 한두번은 확인을 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정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실테니...하면서 집에서 축복 기도를 하고 받았었습니다.

지난 주, 어느 날 새벽기도를 하고 나오니, 근교 농장 이름이 써 있는 박스에 막 딴 듯, 단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배와 밤을 누군가 제 사무실에 놓고 가셨습니다. 누굴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아내는 한두 명에게 여쭈어 보았지만 모두 아니라는 답을 주셨습니다.

제가 뭐라고 이런 정성과 사랑을 주시는지 몸둘 바 모르는 고마움으로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아내는 더 이상 이런 무명의 손길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감사함으로 받고 그분을 위해 축복기도 하고, 그냥 가슴 깊이 그 이름모를 정성을 쌓아두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때든 따뜻한 무엇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마음을 녹이고, 시린 손을 녹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명의 손길은 ‘천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30년이 훌쩍 넘는 목회의 여정, 뒤 돌아보니, 얼마나 많은 천사의 방문이 있었던가,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이름을 아는 천사들도 있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천사들도 있습니다.

이름을 알든, 모르든, 그 모든 천사들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위로였고, 힘이었고, 격려였고, 관심이었고, 잘 하라는 다독임이었고,

한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모든 천사들께 제 마음을 표현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할수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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