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시월 이야기 (2015년 10월)

송종남목사 0 12,627 2015.10.02 14:43
“시월 이야기”
 
다시 시월입니다.
우리교회와 성도들에게 시월은 특별한 달이 돼 있습니다. 선교를 위한 바자를 해야 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시월 달에는 어디 가야하는 계획도 미루고, 또 손님이 집에 온다고 하면 시월을 피해서 오라고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시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데 바자회에 온 정신을 쓰다보면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후다닥 지나가 버릴 적도 많았습니다.
 
우리교회 바자가 들어있는 달, 10월만 되면 저는 성도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척박한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며 교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섬기시는 한분 한분들인데, 바자회라는 또 하나의 짐을 얹어드린 게 아닌가해서 드는 마음입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모든 게 쉽지 않다는 걸 저 역시 피부로 느끼고 있고, 늘 보는데, 각 목장을 통해서 또 개인적으로 이 선교바자를 위해 물질을 내놓고, 시간을 내놓고, 기도로, 몸으로, 마음으로, 정말 모든 것을 드려야하는 성도님들 한분 한분을 볼 때면, 감사함, 뿌듯함, 죄송함, 송구스러움...이런 복합된 감정들이 가슴을 메웁니다.
 
그런데 이 시월바자회는 이제 우리성도들에게 부담을 넘어서 자랑거리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미 전국에 우리교회 바자회가 소문이 많이 나서 바자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신이나서 침을 튀겨가며 자랑을 합니다. 어느 교회나 바자회는 일년에 한두번 거의 다 하지요. 그런데 우리교회처럼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연세드신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교인들이 한덩어리가 되어서 이렇게 하는 교회는 드믑니다. 물론 우리가 다 경험하듯이 부담도 됩니다. 어려운 사정에 Extra 물질을 내놓아야하고, 시간을 내놓고, 몸을 드려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바자회는 선교를 위한 Fund Raising을 하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그 외에,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따라온다는 것을 저는 매해 바자회를 할 때마다 봅니다.
각 목장 음식을 만들면서, 또 공동음식을 다 함께 모여서 만들면서 마음을 합하고 친교를 다집니다. 참는 법도 배웁니다. 사람을 알아갑니다. 이렇게하면서 온 성도들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하라고 부탁하신 선교를 위해서 하나가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난 일년 살아오면서 더 열심히 헌신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것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음이 감사함이고 기쁨입니다.
 
이제 우리교회 바자회는 이 지역사회에, 또 우리성도들에게 잘 정착이 되었습니다.
가을만 되면 우리교회 바자회 언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벌써 9월부터 바자회 포스터를 직장에 갖다 붙여 놓은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도 어디 가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면 ‘아 이거 바자회 때 하면 좋겠다. 이걸 이렇게 저렇게 변형해서 하면 대박 나겠다...’ 라는 얘기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되었습니다.
‘바자회’ 그러면 우리는 다른 교회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들 스스로도 갑자기 할 말이 너무나 많아집니다. 너도 나도 음식에 관해서 전문가가 된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 바자회는 몇 사람들이 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바자회를 하면서 일어났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우리들에게 일년 내내 즐거운 얘깃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다시 시월입니다.
다함께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야하는 달입니다. 이 바자회가 저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이 바자회를 통해서 쓰는 이 스토리는 주님 앞에 서는 날, 주님께 말씀드릴 우리들 믿음의 스토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들의 간증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영혼구원을 위해 우리들이 이렇게 땀을 흘렸고, 물질을 드렸고, 시간을 드렸고, 몸을 드렸다고 자랑스럽게 주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믿음의 스토리입니다. 비록 바다건너 물 건너 선교지에는 가지 못했다 해도 이것을 통해서 우리들 모두가 ‘선교사’가 되었었노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우리들의 간증입니다.
 
다시 우리 모두가 ‘시월 이야기’를 써야하는 시간입니다.
올해도 또 한편의 기적 이야기, 멋진 시월 이야기가 써질 수 있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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