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A Chain of Grace—은혜는 돌고 돕니다

송종남목사 0 9,611 2014.11.04 16:55
사람은 혼자서 살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살고 싶다고 해도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크던 작던, 우리는 늘 누군가의 신세를 지고 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엊그제는, 한국에 있는 어떤 분이 이곳에 일년간 와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여기에 남겨 놓고 간 고등학생 아들의 홈스테이를 갑자기 옮겨야 해서, 맡아줄 가정을 찾는다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기에 당연히 그분의 얼굴도 모릅니다. 그런데 부모는 한국에 있고 아이는 미국에 있으니, 아이를 멀리 보내 놓고 한걸음에 달려 올수도 없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화 너머에서도 너무나 간절하게 느껴져 온다고 제 아내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열심히 물어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도 텍사스에 살 때에 큰 아이가 애틀랜타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갑자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학기가 끝나고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우리는 당장 갈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그곳에 살고 있는 아는 분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아무런 대가없이 베풀어주시는 지인들의 도움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는데, 그 은혜를 갚지도 못하고 그저 고마운 마음을 쌓아 놓은 채, 늘 사랑의 빚진 자로 살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 신세가 어디 하나 둘 이던가요. 남에게 받은 도움이 어디 한둘인가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그 많은 신세와 도움과 호의를 다 기억이나 하겠습니까. 갚는 것은 고사하고, 잊지나 말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살아가면 갈수록, 아무리 안 그러려고 해도, 남에게 지는 신세와 도움은 나이에 비례해서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받았던 많은 도움과 신세들을 당사자인 그분들에게 그대로 다 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요청은 사실 대부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고, 조금 귀찮은 일일 뿐입니다. 그리고 안들어 줘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고,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럴 때 나에게 초점을 두지 말고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오죽했으면 나에게 까지 요청했을까를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할 때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댓가 바라지 말고, 그냥 도와주거나 호의를 베풀면 그것이 곧 살아가면서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 신세 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 길이라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한국에, 또는 멀리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래서 늘 안타깝다면, 지금 주변에서 내 어머니아버지 같이 연세드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관심을 가지면 하나님은 나대신 누군가, 사랑의 천사를 멀리 계신 내 부모님에게도 보내셔서 똑 같은 사랑과 도움을 받게 하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가 멀리 가 있다면 지금 여기에서, 가까이 있는 청년들, 젊은이들에게 베풀면 그 베품은 곧 내 자녀가 있는 곳에서 누군가를 통해서 내 아이에게 똑 같이 베풀어지게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은혜는 돌고 돌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고 우리주님은 그것에 대한 보상을 해주시겠다고 했으니까요. 사랑과 나눔은 Chain과 같아서 언젠가는 그 끝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우리는 감사의 계절, 11월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받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과 은혜, 신세에 대한 고마움을 가장 먼저는 하나님께 드리는 계절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그 고마움을 표하는 계절입니다.
올 한해 살아가면서 하나님께 무상으로 받은 사랑과 은혜는 얼마나 큰지요. 또 사람들에게 진 신세와 고마움, 사랑의 빚은 얼마나 많은지요. 갚을 길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한량없는 은혜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내 주변에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약간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더라도...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지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호의를 베푸시기를 바랍니다. 그 베품과 도움은 다시 누군가를 통해서 우리들에게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나님의 돌고 도는 은혜의 고리(A Chain of Grace)에 우리도 함께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를 경험하는 것임을 다시한번 알아가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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