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기도하는 사순절

송종남목사 0 10,264 2013.02.28 20:19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사순절이 돌아오면 올해 사순절에는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과 함께 좀 더 깊은 영적 훈련의 시간으로 삼을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40일 동안 특별 새벽기도회와 함께 성경을 통독하기도 했고, 성경의 인물들을 살펴보기도 했고, 또 좋은 신앙서적을 가지고 40일간 훈련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영적인 충전의 시간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사순절은 ‘기도하는 사순절’이라고 정했습니다.

‘우리가 늘 기도하는데 새삼스레 뭘 또 기도를 강조하나’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이 말은 사실 맞을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목사이기 때문에 ‘기도와 말씀’이라는 것이 늘 저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늘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갈증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련회를 가면 시계 다 풀어서 선생님께 반납하고 일주일간 ‘먹고, 성경 읽고, 자고’ 만 반복하던 수련회가 새삼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 저런 것 구애받지 않고 제한된 장소에 콱 들이 박혀서 말씀과 기도에만 푹 빠져보고 싶다는 갈증을 가지고 살면서도 일상을 그렇게 뒤로 물려 놓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열이 펄펄 날 때 해열제 하나 먹고 후다닥 열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그런 기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순절에는 기도에 집중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부터 기도에 매달려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형식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마음껏 기도하면서 주님과 좀 더 깊은 대화. 많은 얘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새벽기도회는 예전처럼 똑같이 하면서 올해는 사순절 특별 저녁기도회를 선포하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교회까지 나와서 기도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담이 있음에도 함께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조금씩 늘고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신앙생활은 나의 것을 제한시키는 의지가 없으면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심을 하고 시간을 떼어내야 하고, 주어진 생활에서 내가 물러나야합니다. 바쁜 일상으로부터 나를 차단시켜야합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셨던 예수님도 따로 장소와 시간을 마련하셔서 기도하셨던 것을 복음서를 통해서 우리는 봅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위해서, 신령한 것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몸도 ‘따로 떼어 놓음’이 없이는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이번 사순절 저녁기도 시간에는 우리 온 성도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물론 성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지만 그저 뭉뚱그려서 할 때가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일일이 우리 사역자들의 이름, 장로님들 이름, 권사님들 이름, 집사님들 이름, 성도들의 이름....그 자녀들의 이름, 꼬마들의 이름까지 생각나는대로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픈 분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기도하고 있고, 각 목장과 목자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우리성도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부를 때마다 우리 주님은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역을 하면서 일일이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시시콜콜이 다 주님께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이 역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기도 중에 주님이 저를 만져주심을 느낍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역을 하면서, 뭔가 늘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혀서 더 많이 내 속을 채우고 일 하려고 애를 썼는데, 정작 나를 비우는 것에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늘 내 마음만 알아달라고 주님께 하소연성 기도만 했지, 주님과 깊이, 오래 대화하면서 주님의 마음과 소원을 알기에는 소홀했던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우리 성도님들이 이번 사순절은 기도하는 사순절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도의 맛과 기쁨과 능력을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깊이, 오래 기도하는 훈련을 했으면 합니다. 시간과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주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새벽시간도 좋고 저녁 시간도 좋습니다. 교회에 나와서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역을 하시면서 감사하고 기쁘고 좋은 일들, 힘든 일들, 걱정하는 일들, 불편한 관계... 어떤 얘기든 주님과 나누시기 바랍니다. 주님께 솔직히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듣고 싶어하십니다.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품고, 선교지를 품고, 사역을 품고 일일이 호명해가면서 기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이 들으시고 만지실 때에, 개인도 가정도 교회도 일터도 사역도 관계도 새로워 질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아는 것, 우리가 기대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믿고, 무릎으로 주님께 나아가는 이번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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