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송종남 목사
저는 목회를 하면서 교회를 잘 비우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목회 초년병 시절에 어디를 다녀왔더니 어떤 성도님이 하는 말이, ‘목사님이 안계시니까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라는 말이 참 고맙기도 했고,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목사가 교회를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목사의 소임은 어느 정도 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일이 적든 많든, 될 수 있는 한, 출타는 최소화하고 교회를 비우지 않는 것이 제 목회의 철칙 아닌 철칙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 저희 내외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공식적으로 교회를 떠나서 쉴 수 있는 시간, 정말 잘 쉬고 돌아왔습니다.
잠도 실컷 자고, 휴식도, 운동도, 독서도, 사람들과의 얘기도, 세상 구경도 .. 어디에 매임 없이 마음껏 했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걷고 싶을 때 걷고...정해진 바 없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어디에 매인 바 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날은 하루가 그렇게 길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한 일주일 정도까지는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웬일인지 슬슬 실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컷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보는 것도 마음껏 해보니까 오히려 실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늘 주어진 공간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 때는 어디에 매임 없는 시간을 좀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었는데, 막상 그런 시간이 계속 되니까 어느 순간 그런 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무엇이 좋은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슬슬 교회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던 나의 일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휴가를 끝내고 공항으로부터 집을 향해 오는 길에 안정감과 평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느낄수 없는 평안함이었습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주는 평안함이었습니다.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날마다 주어지는 일들, 여유 없이 쫓기듯 사는 나날들로부터 떨어져 보고 싶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이런 것들은 곧 나의 살아 있음이었고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때로는 그런 것들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치열한 일상을 탈출해 보고 싶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그 버거움도, 그 치열함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막상 떠나보니 다 그리워졌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 교회이고, 성도들 곁이라는 생각이 나를 새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휴가를 끝내고 토요일 새벽에 돌아왔고, 그리고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는 하루 종일 연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있어서 도버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교회를 꽤 오래 못 갔습니다. ‘ 아, 교회에 가고 싶다’ 는 중얼거림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휴가를 다녀 올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이 있는 곳, 친숙한 사람들이 있는 곳,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있는 곳,
우리 교회로 돌아 올수 있음에 더욱 감사합니다.
여행은 집이 얼마나 평안한 곳인지 알기 위해 떠난다는 말이 있듯이,
저 역시 일상을 떠나보니 날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일과 교회가 얼마나 좋고 감사한 것인지, 더 깊이 알고 돌아왔습니다.
떠나 보니 알겠습니다.
날마다 분주한 이런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