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평범한 일상의 감사 (2016년 11월)

송종남목사 0 9,717 2016.11.15 09:05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올해는 가을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단풍이 유난히 곱고 오래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교회를 오고 가면서, 또 볼일을 보러 다니면서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단풍이 어찌나 고운지, 가을 나들이를 꼭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막 듭니다.
저는 교회를 오고 가거나 일을 보러다닐 때에, 늘 다니는 길이 아니라 생소한 길을 택해서 다녀보기도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숲과 계곡들이 얼마나 수려하고 아름다운지, 여기가 곧 설악산이고 오대산이며 내장산이며, 어디로 굳이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365일 국립공원 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하는 일을 하고, 또 늘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변화 없는 우리의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늘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밤이 되면 다시 잠을 자고...늘 그날이 그날 같은 날이 반복되는 삶,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고 참 재미없는 생활 같은데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날마다 같은 것이 반복되는 일상이 갑자기 바뀔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때입니다. 물론 좋은 일로 반복되던 일상이 바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늘 하던 일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또 갑자기 일이 생기면 늘 하던 일을 못하게 됩니다. 매일 매일 만나던 일상이 바뀌는 것입니다.
 
다시 한해를 마무리하며 감사하는 계절입니다.
지난 일년동안 개인의 삶에서도 또 교회적으로도 무슨 특별한 일을 했다거나 또는 거창한 일을 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늘 하던 일을 하고, 늘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다시, 또 다시 생각합니다.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욕도 감사하고,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향기로운 냄새, 안 좋은 냄새, 다 맡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발로 걸어서 산책을 하고 뛸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내 발로 걸어서 교회 문을 드나 들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어디를 가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날마다 교회에 올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찬양하고 기도 할 수 있는 기력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좋은 소리 시끄러운 소리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청력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도 감사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음도 감사하고, 해와 달이 변함없이 뜨고 짐도 감사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김없이 오고 감도 감사하고...
 
사실 우리에게 있는 모든 것이 다 감사해야하는 것들입니다. 늘 있는 것들이니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사니까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인데 구태여 무슨?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늘 마주치는 평범한 일상이 그것을 잃어버려 본 사람은 얼마나 특별한 것들인지 모릅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이라 생각하지만 당연한 것들은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고, 깨어질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토끼풀이라고 부르는 클로버,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합니다. 클로버의 대부분은 세잎인데 어쩌다 네잎이 있는 클로버가 있어서 그것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고 그것을 찾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찾던 추억이 다들 있을 겁니다. 세잎 클로버도 행복인데, 흔한 것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늘 마주치는 것이라고....그 많은 행복, 세잎 클로버를 무시하면서 오직 ‘희소성’에만 가치를 두고 그것만 특별한 것이라고 매일 네잎 클로버 찾기에만 급급한 우리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소소한 일들이, 평범한 일상이, 무사히 보낸 하루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우리는 늘 무시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몇 개 찾지 못하는 네잎 클로버와 같은 특별한 행운만 바라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행복을 날마다 무시하면서 말입니다.
 
날마다 마주치는 일들,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이 평범한 일상이 가장 큰 감사임을 다시 깨닫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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