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관심" (2016년 8월)

송종남목사 0 11,510 2016.07.26 09:34

성도님들 중에는 Back Yard나 Deck에서 채소를 직접 키워서 드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키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것을 키우고 거기에서 달리는 싱싱한 열매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몇 그루 안심어도 한 여름이면 채소들이 얼마나 잘되는지 그것을 아는 분들과 나누어 먹는 기쁨까지 있어서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여름만 되면 그렇게 직접 키운 야채를 주시는 성도님들의 정성과 사랑을 저희는 늘 받아먹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도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를 좀 심어봤습니다. 그런데 심어 놓고 이튿날 아침에 나가봤더니, 토끼인지, 사슴인지? 밤새 모종을 싹뚝 다 잘라 먹은 거였습니다. 속이 너무 상했습니다. 늦게 다시 모종을 구해서 심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구니를 덮어 놓고 그 모종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토끼나 사슴이 싹을 잘라 먹은 것은 아닐까’ 하며 아침마다 나가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게 심어서인지 싹들이 누릇누릇 비실비실하고 도저히 제 역할을 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다행히 바구니 덕분에 짐승들에게는 먹히지 않았고 어렵사리 살아있던 싹들은 그렇게 일 이주 버티더니 조금씩 자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덮어 놓았던 바구니보다 키가 더 커져서 바구니를 베껴 놓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오이꽃이 피고 고추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그 꽃자리에 드디어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오이와 고추가 줄기에 달리는 거였습니다. 신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른 아침마다 나가서 보고 또 보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이 궁금해서 뒤뜰로 나가서 살펴보고 또 살펴보게 됩니다. 열매들이 잘 달려 있나? 얼마나 컸나? 다른 채소들은 넘어지지 않고 잘 크고 있나? 확인하게 됩니다. 오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 소출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옛날에 할머니가 첫 소산을 딸 때는 커다란 바구니를 가지고 가서 따면 열매가 풍성히 달린다고 했다면서 오이 세 개를 따는데 커다란 광주리같은 바구니를 가지고 가서 땄습니다. 정말 신기했고 첫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농부의 기쁨을 맛보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우리 집의 몇 그루 안 되는 야채 키우는 얘기를 자세하게 하는가하면, 저는 채소를 키우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도 우리를 이렇게 날마다 때마다 시마다 살펴보고 계신다는 생각입니다. 싹이 자리를 잘 잡았나, 뜯어 먹히진 않았나, 뿌리는 잘 내리나, 줄기는 튼튼하게 서있나, 꽃은 피었나, 열매는 달렸나, 얼마나 컸을까, 비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넘어지진 않았나...,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서 채소들을 살펴보듯이 하나님도 우리를 그렇게 살펴보고 계시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채소 한두 그루 키우면서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과 정성이 이렇게 극진하고 대단한데, 하물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은 어떠하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심으신 하나님, 물을 주시는 하나님, 햇빛을 주시는 하나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 열매가 있나 없나, 살펴보고 또 보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교회가 올해로 창립 37주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우리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은 지난 37년간 그런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교회를 이끌어 오셨음에 가슴 가득 차오르는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교회가 있기까지 들짐승에게 먹힐 것 같은 위험도 있었고, 비바람이 불 때도 있었고, 그래서 쓰러질 듯 비틀거릴 때도 있었지만 그러나 우리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은 단 일초도 쉬지 않으셨습니다. 아플 때도 있었지만 눈길을 떼지 않으셨습니다. 때로는 바구니를 씌우셨고, 때로는 버팀목을 세우셨고, 물을 주셨고, 햇빛을 주셨고, 바람을 주셨고 그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하나님의 관심 속에서 우리교회는 자라면서 크고 작은 열매를 맺었고, 계속 맺고 있는 것입니다.

“오이 밭에 오이가 길쭉길쭉, 자기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혼자 힘으로 컸을까 아니 아니죠,
위에 계신 하나님이 키워주셨죠“---주일학교 꼬마들이 부르는 찬양이 제 입가에서도 흥얼거려집니다.
오늘 우리교회가 있기까지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세심한 돌봄과 관심이 우리교회를 키우셨고, 열매 맺게 하셨고, 그것을 땅 끝까지 나누는 사명을 다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를 향한, 우리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돌봄과 관심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런 지극한 관심 속에서 우리는 더 풍성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계속 나누는 교회가 될 때에 우리교회를 이 땅에 심으신, 농부이신 우리 하나님께 더 큰 기쁨을 드리는 우리 교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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