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친구들
송종남 목사
지난 8월 7일부터 한주간 저는 피츠버그에서 있었던 신학교 동기 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는 동기들끼리 한번 얼굴이라도 보자고 한 것입니다.
서대문구 냉천동에 있는 신학교에서 만나, 뭐가 뭔지도 모르고 같은 시대를 고민하며 신학이라는 것을 했고,
졸업을 하고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 멀리 미국에 와서 이민 목회를 하는 동기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펜데믹 동안에 누군가 그 친구들을 모아서 단체 톡을 만들었고, 줌을 통해 몇몇이 얼굴을 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직접 얼굴을 보자고 한 것이 이번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신학교에서 만나지 41년이 되어가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 신학교를 간 예비역이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온 동기들(현역이라 부름)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그들은 올해 60이 되는 친구들입니다.
적당히 배도 나왔고, 머리 숯도 성성 해 졌고, 얼굴에 주름도 늘어가고... 40년의 세월이 실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금새 냉천동으로 그 시절로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지나온 이민 목회의 아픔과 보람을 나누었습니다.
침을 튀기며 마음껏 웃고 얘기하고, 지금 우리 시대의 고민을 토로하고, 교회와 교단의 아픔을 나누었습니다.
마치 신학교를 다닐 때 끌어안고 끙끙거렸던 질문들처럼,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일지라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만남은 역시 좋은 것입니다.
친구는 역시 좋은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이렇게 공감이 될 수 없습니다.
친구처럼 좋은 것은 없습니다.
40년지기 친구들이니 서로의 사생활까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더구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이니 남들은 흉이라 부르는 일조차도
우리는 다 이해하고 공감되는 삶의 한 부분임을 아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는 흉도 허물도 자랑도 아픔도 기쁨도 다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친구들이 목회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마지막까지 잘 완주하기를 격려하고 서로 축복했습니다.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만나는 만남은 이런 찐 만남입니다.
오래된 포도주가 귀하고 값이 나가듯이,
예수님 안에서 만나는 오랜 만남,
오래 같은 교회를 섬긴다는 것, 얼마나 좋은 것인지요.
삶의 흉허물이 없고 어떤 것도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예수님 안에서 찐 형제자매가 된 것입니다.
이런 관계가 있다는 것이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