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오직 피아노, 오직...

송종남목사 0 2,954 2022.06.28 09:53

"오직 피아노, 오직 ..."

                                                                                                                                                     송종남 목사 

한국에서 제가 부목사로 교회를 섬길 때에 제 집사람이 성서공회 번역실에서 잠시 일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새 번역 성경이 출판되기 직전, 당시 번역실 실장이었던 민영진 박사님과 함께 마지막 작업에 동참했었습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4, 5살이었는데 딱히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서 같은 교회 권사님 피아노 학원에 맡기고 아내는 일을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큰 딸이 피아노를 처음 접하는 기회가 되었고, 이후로 아이는 피아노 치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버거운 아빠의 유학생 시절에도 피아노 레슨을 중단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15년동안 한달도 쉬지 않고 배웠습니다. 나름 곧잘 쳤지만, 피아노를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모든 학업을 끝내고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피아노 치기를 좋아합니다

개인 레슨도 받고 리사이틀도 하고, 유명한 연주가들의 연주회도 가고... 지금은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피아노 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피아노를 치며 달래고, 자기가 피아노를 배울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몇 일 전에 딸아이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주었는데, 지난 617, 텍사스에서 있었던 세계적 권위의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2022)에서 우승한 18세 소년 임윤찬군의 경연 마지막 무대 영상이었습니다.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제가 보아도 정말 기가 막힌 연주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데, 때로는 숨이 멎는 듯이, 때로는 신들린 듯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그 연주 실황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연주 할 수 있을까

클라이막스에서는 심장이 멎을 듯하고 소름이 돋고,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를 수가 없게 만드는 연주였습니다. 지휘자도 울고 청중도 울게만드는 연주였습니다.

수상 후 임윤찬 군은 저는 그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유산을 청중들에게 잘 들려드리려고 노력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만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피아노가 좋으면 아무것도 방해 받지 않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오직 피아노만 치면서 살고 싶다고 하는지...그 말도 감동이었습니다.

피아노에 미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임윤찬 군은 콩쿠르를 위해 텍사스 Fort Worth에 머물면서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다 그렇듯이, 좋은 결과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과정은 결과를 가져오고 결과는 과정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그의 그런 피나는 훈련과 노력의 결과가 사람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준 것입니다.

 

요즘 우리가 시편 말씀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시편 25편에서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 보나이다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62편에서는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 도다이렇게 고백합니다.

믿음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이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러워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순례자의 삶입니다.

피아노에 모든 것을 걸고 오직 피아노하고만 살 때에 임윤찬 군이 그런 연주를 만들어 냈듯이

우리는 오직 주님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주님과 함께 사귀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주님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고백이 우리것이어야 합니다. 

임윤찬 군이 자신의 삶이 오직 피아노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오직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인생을 걸고 달려가는 최고의 가치와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오직 기도, 오직 예배, 오직 말씀, 오직 설교, 오직 주님...모든 것을 걸어 본 적이 있던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과정은 대충이면서 결과만 근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기립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어느 자락에서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감동을 주는  삶이어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 오직 주님'의 삶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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