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감동할 것 투성이입니다 (March 2017)
송종남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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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8 10:57
제 집사람은 작년에 겨울을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한일이 뉴욕에 있는 딸아이와 자기 차를 잠시동안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뉴욕은 여기보다 눈이 많이 오고, 아이 차는 작은 차라서 눈길에 미끄러지기 쉽다는 에미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은 눈도 거의 안 오고 비교적 따뜻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교회에 눈이 오면 책임지고 치워야하는 부서를 맡은 장로님도 ‘따뜻한 겨울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노란 산수유 꽃은 벌써 피었다가 다 졌습니다. 추운 겨울이던, 따뜻한 겨울이던,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과 계절은 변함없이 오고 갑니다.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오고, 머물고, 떠나는 자연을 볼 때마다 우리는 감동합니다.
그때그때 자연을 통해 느끼는 감동도 크지만, 사람을 통해 느끼는 감동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몇 일 전에 Panera Bread에 누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갔는데 점심시간이어서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별 생각 없이 주변을 휙 둘러보는데 제 눈이 멈추는 테이블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분 둘이서 성경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은 복잡하고 시끄럽기까지 한 곳이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면서, 노트에 열심히 적어가면서, 성경에 밑줄을 그으며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광경은 아마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고, 여러분들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교회 근처에 있는 'The Well' 이라는 카페에 새벽기도 후에 가끔 가는데, 그곳은 물론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긴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모여서 성경공부를 하거나 기도모임을 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그중에 저는 청소년들이 이른 아침부터 교복을 입은 채로 성경 공부하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그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습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모습들이 어디 이렇게 식당이나 카페에서 성경공부하는 사람들 모습뿐이겠습니까? 1,2분이 아쉬운 아침 출근길인데도, 먼저가라는 양보해주는 손짓도 감동이고, 길게 늘어선 카운터에서 살 물건이 많지 않으니 먼저 계산하라고 뒤로 물러 서주는 사람도 감동입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환하게 웃어주는 미소도 우리의 기분을 하루 종일 좋게 해줍니다.
이른 새벽, 매일 교회에 와서 기도하는 우릴 보고 옆집 사는 미국 분들은 ‘amazing' 이라는 감탄사를 보냅니다. 주일처럼 파킹 랏에 가득 들어찬 새벽기도 행렬들의 차들도 저는 감동입니다. 추운 날씨라서 꼼짝하기 싫은 날인데도, 어김없이 예배를 드리러 오시는 연로하신 어른들의 굽은 어깨와 하얀 백발도 제겐 큰 감동입니다.
사실 일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힘든 법인데, 사람들을 잘 리드하면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분들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또 뒤에서 드러내지 않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꼼꼼히 해 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기에 참 좋습니다. 주일이면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설거지하는 남자들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가득 찬 쓰레기통을 솔선해서 치우는 손길도 아름답고 감동입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적인 일들을 보게 됩니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고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목회인 것 같습니다.
사람인 저도 목회를 하면서 이렇게 감동할 일들이 많은데, 우리보다 더 감동 잘하시는 하나님은 어떠실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의 감동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축복의 양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요즘 새벽기도 때에 산상수훈 중의 8복을 가지고 묵상을 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복이 있다’고 하시는 것은 바로 하나님께 감동을 드리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삶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듯이, 우리들의 자연스런 삶이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전해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삶인데 선하고 착한 행동이 아예 습관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며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또 어디에서 어떤 감동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사실 잘 보면 세상은 온통 다 감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감동을 나도 만들고, 또 그런 감동이 눈에 보인다면 우린 축복의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