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Thank you for waiting for me” (2015년 9월)

송종남목사 0 9,519 2015.09.04 17:38
“Thank you for waiting for me”
송종남 목사
 
몇일 전, 어느 Store에서 제가 사려던 물건을 집어가지고 캐쉬어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있던 어떤 여자 분이 뒤를 힐끗 쳐다 보면서 누군가에게 ‘Thank you for waiting for me' 라는 말을 하는 거였습니다. 저에게 하는 말 같지는 않았고, 그래서 누구에게 그런 인사를 하는가 주변을 둘러 봤더니, 어떤 연세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지팡이를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아서 제 앞에 서 있는 그 여자와 눈인사를 하며 웃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할머니에게 ‘저 사람이 당신 딸이냐’ 고 살짝 물어 봤더니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딸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을 쐬어드릴 겸, 샤핑을 나온 모양인데, 딸이 물건을 고르고 또 계산을 해야 하고 ...그런 시간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겠다 싶어서, 엄마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고, ‘기다려 줘서 고맙다’ 라는 말이 자꾸 제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기다려줘서 고맙다’ 라는 그 말을 몇 번 반복해 보니, ‘엄마,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은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머니처럼 기다리기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어머니처럼 기다림에 도가 튼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세월은 전체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길 기다리고, 철들길 기다리고, 장성해서 집을 떠나 사는 자녀가 집에 오는 날을 기다리고, 전화를 기다리고, 직장 생활 잘하길 기다리고, 사람 되길 기다리고, 가정을 꾸미고 잘살길 기다리고...,가게에서 한두시간 앉아서 기다리는 기다림은 사실 기다림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어머니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친정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는 성도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연세가 많이 드셔서 천국으로 가신 분도 있고, 또 아직 몇 십년은 더 사실 수 있는 나이인데 서둘러 떠나신 분들도 계십니다. 제 3자들은 ‘그만큼 사시다 가셨으면 됐다’ 고 혹시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연세가 많이 드셔서 떠나셨건, 혹은 좀 일찍 떠나셨건...부모님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아프고 아쉽고 말로 할 수 없는 후회가 남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그 기다림은 자녀를 향한 끝없는 기도요, 사랑이요, 돌봄이요, 인내요, 소원이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모든 것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이별이 그렇게 힘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잠시 헤어짐이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아니, 헤어짐이라는 말도 사실 맞지 않습니다. 떠나신 부모님이라해도 영원히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계시든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기도와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저도 제 어머니가 천국으로 가신 다음에 ‘어머니는 이제는 주님과 가장 가까이에 계시다’라는 생각으로 슬픔을 달랬고, 또 그 후로는 급한 기도제목이 있을 때면 주님께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혼자말로 ‘어머니, 어머니는 주님과 날마다 얼굴을 대면하여 보고 계시니, 우리 아들 기도제목 좀 빨리 들어달라고 청탁 좀 해주세요.’ 하면서 기도제목을 어머니께도 중얼 중얼 얘기합니다.
 
기다림, 어머니의 이름도 기다림이지만, 사실 기다림의 원조는 우리 하나님입니다.
태초부터 기다린 하나님의 기다림으로 예수를 믿고 구원받은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나마 이런 모습으로 살 수 있음은 하나님의 기다림과 어머니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 사실 이것처럼 고마운 것이 없고 이것처럼 은혜가 없습니다.
'Thank you for waiting for me', 이것은 우리들 삶의 고백이며 믿음의 고백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누구를, 얼마나 기다려주고 있는지요? 누가 우리의 기다림 덕분에 그것이 은혜요, 감사라고 생각하며 힘을 얻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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