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가까이에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송종남목사 0 9,413 2014.08.10 02:00
지난 몇일간 저희 내외는 휴가로 지냈습니다.
28년 목회를 하면서 out of country가 아닌데, 주일을 포함해서 휴가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주일을 포함해서 휴가를 지냈습니다. 이런 배려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휴가를 받으면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 가서 아이들 중심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이 다 커서 떠나고 나니, 휴가지도 또 그 내용도 달라집니다.
저는 교회와 관계된 회의에 참석하느라 미국 곳곳을 꽤 가보았지만, 제 아내는 안 가본 곳이 많아서 이번 휴가의 주도권을 아내에게 주고 가보고 싶은 정하라고 했지만,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고, 또 이상하게 어디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 귀찮다는 거였습니다. 가까운 주변에도 안 가본 곳이 많으니 푹 쉬면서 그런 곳을 찬찬이 둘러보자고 했습니다.
Newark에 있는 집호텔(?)에 머물면서 필라델피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개티스버그, 뉴저지, 뉴욕 등등을 가고오고 했습니다. 박물관, 대학교, 선교사들의 발자취, 미국 역사의 현장, 자연경관 등을 골고루 섞어가면서 둘러보았습니다.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맘 편히, 발길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시간도 사람도 재촉하지 않는 그런 몇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시간에 쫓기고, 할 일에 쫓기고, 분주한 마음에 쫓겨서 좋아하는 취미 같은 것들을 실컷 즐기지 못한다는 약간의 갈증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도 제제받지 않고 마음껏 해보는 시간도 갖었습니다. 아내는 그것이 바느질이었고, 저는 운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쉬고 싶으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가고, 집안도 정리하고 ...이런 시간이야말로 정말 휴가다운 휴가라는 사실을 새삼 알았습니다.
먼곳으로 휴가를 떠났다 오면 몸과 마음을 쉰 것이 아니라 여독 때문에 더 피곤해 할 적도 많았는데 이번 휴가는 진짜 몸과 마음과 영혼이 쉬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어디 멀리 가야만 멋진 휴가를 보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발길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좋은 충전의 시간이기에, 자투리시간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느 집을 처음 방문해서 집 구경을 하다가 deck에 나가보면 확트인 view가 좋은 집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기 앉아서 커피 마시면 분위기 아주 좋겠어요’ 이런 말을 종종하는데, 사실 그렇게 좋은 deck을 만들어 놓았지만 거기 나가서 커피를 마시기는커녕, 나가지도 못하고 산다고 말하는 분들이 오히려 많습니다.

이번 휴가를 보내면서, 좋은 것들은 늘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우리들 곁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 정말 좋은 것들은 오히려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치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습니다. 오래사귄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고, 가까이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내가 섬기는 교회가 가장 좋은 교회입니다. 주일날 연로하신 분들만 모인 작은 미국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새삼 우리교회가 얼마나 좋은 교회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좋은 것은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들 곁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deck에만 나가도 좋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집니다. deck에 언제 나가 보셨습니까?
지금 차 한잔 들고 deck에 나가서 그 좋은 분위기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좋은 것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여건이 허락지 않아서 휴가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가까이에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숨으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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