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만둣국
송종남 목사
요즘은 새로운 말들이 수 없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해 못하는 말들도 아주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면 요즘 새로 생긴 단어들도 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올해 목장을 새로 편성하였는데,
우리교회에서 제일 젊은 사람들 목장은 ‘힙한 목장’ 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습니다.
목장 이름치고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힙하다'는 말을 찾아보니 ‘멋지다, 매력적이다’ 라는 뜻이며,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으로 몇 개의 단어가 합성 변형된 것 같습니다.
암튼, 목장 이름도 나이가 제일 젊은 사람들답게 지었는데,
신실한 목자를 중심으로 목장이 잘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대견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는 그들이 교회 전체 점심 당번이었습니다.
‘막내들이 하는 음식이니 샌드위치가 나올까, 아니야...어떤 음식이면 어떠랴’ 했는데 그들이 만든 점심 메뉴는
‘닭고기 만둣국’ 었습니다. 모든 교인들이 놀랐습니다.
닭 칼국수는 먹어보았지만, 닭고기 만둣국은 거의가 처음 먹어 보았다는 반응이었는데,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목장 이름 그대로 정말 ‘힙하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일주일 내내, 힙한 목장의 힙한 만둣국 생각을 했습니다.
내 아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열심히 예수님을 믿고, 교회를 섬기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하고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매주일, 주렁주렁 아이들을 데리고 헐레벌떡 교회로 뛰어 들어오는 그들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냥 예쁘고 괜히 등을 두드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들 키우랴, 직장에서, 일터에서 한창 정신없이 고군분투할 나이들인데...
그들은 그들이 서 있어야할 가장 아름다운 자리, 가장 복받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보시고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얼마나 좋아하실까 상상해 봅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하나님 나라를 보고, 교회의 희망을 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목회를 오래하고 교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교인들의 상황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아픈 소식 들으면 나도 아프고, 기쁜 소식 들으면 같이 기쁩니다.
연세가 들어가며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내 모습이 보이고,
자녀와 직장과 사업이 잘 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저도 같이 좋습니다.
교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할아버지'라 부르며 뛰어와 안기는 것도 기쁨입니다.
함께 나이가 들어가니 이런게 좋습니다.
모든 교인들이 마음이 쓰입니다.
눈길만 보아도 그들 사정 알 것 같고, 냄새만 맡아도 누구인지 알 것 같고...,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압니다.
일일이 말은 안 해도 모든 교인들이 가슴 속에 들어와 있으니, 마치 부모의 마음처럼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둘인 부모의 가슴은 두 개로 나누어져있고, 셋인 부모의 마음은 셋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회를 마무리 하는 목사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이 되어 감을 느낍니다.
힙한 만둣국은 더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힙한 목장의 힙한 만둣국은
목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마지막 줄을 쓰고 있는 저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