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집 밥

송종남목사 0 8,589 2014.02.07 16:03
집 밥

집을 떠나서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밥을 사먹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에 한국에는 하숙집이라는 곳이 있어서 밥과 잠을 동시에 해결해 주었었습니다. 요즘에도 그런 하숙집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드라마 하나가 저처럼 한국에서 1980-90년대에 20-30대를 보냈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이 신촌에 있는 한 하숙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울고 웃으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만든 드라마였는데, 그 시대의 문화를 같이 했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아주 재미있게 본 것은 물론이고 ‘하숙집’ 이라는 정감있고 아련한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하숙집에서 밥과 잠을 다 해결하지 않고, 생활 패턴의 다양함 때문에 잠 따로, 밥 따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 자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으로, 또는 직장 때문에 부모님 집을 떠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기숙사 밥을 사먹는다거나 또는 개인적으로 밥을 사먹고 지냅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이 처음 부모 품을 떠날 때는 ‘그들 나름의 자유’를 맛보느라 사 먹는 밥이 더 맛있다고 야단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집을 떠났던 아이들이 밥을 사먹으며 살다가 얼마만큼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면 (체질에 따라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불어난 몸무게와 몸매 걱정을 하면서 부모님 집의 밥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아갑니다.

우리 큰아이는 고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집을 떠나 살아야 했습니다. 목회지를 옮길 때가 큰아이가 고등학교 Senior였으므로 함께 옮길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때부터 집을 떠나 산 것이 지금까지입니다. 늘 시간에 쫓기는 학생신분이다 보니, 밥을 직접 해먹기보다는 늘 사서 먹어야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다 집에 올 때면, 조금 근사한데 가서 분위기 잡아가며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해볼까하는 맘도 있어서 우리부부는 아이들에게 물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때마다 싫다고 합니다. 사먹는 밥 싫다고 하면서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집 밥이 최고라고 합니다. 많은 반찬 없어도 좋으니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으로 먹겠다고 합니다.
요즘도 큰아이는 두어 달에 한번 집에 오는데, 와서 밥을 먹을 때면 ‘집 밥이 최고다. 건강식이고, 돈 안내고 먹어도 되고...’ 이런 말을 늘 합니다.

‘집 밥’, 참 듣기만 해도 좋습니다. ‘집 밥’은 사랑이 담겨 있는 밥이고 정성이 담긴 밥입니다. 집 밥에는 감칠맛 나는 조미료나 향신료를 치거나 화려한 장식을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먹을거니까 그냥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식입니다. 그리고 집 밥은 밥값을 내고 먹지 않습니다.

저는 ‘집 밥’이라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우리들에게는 집 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날마다 주시는 말씀, 그것은 주님께서 사랑과 정성을 가지고 만들어주시는 집 밥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녀들이 먹고 그 영혼과 삶이 건강해지라고 정성을 다해 지어주시는 밥입니다.
세상에서 우리는 기름지고 유익한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배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우리의 영혼을 건강하게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지식들은 머리의 크기와 몸무게만 늘어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살릴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던지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합니다. 객지에 살다 지치고 고단한 발걸음에 힘을 주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집 밥입니다. 집 밥에는 부모님의 마음과 사랑과 정성과 기도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란 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지치고 힘이 듭니다. 인생은 늘 ‘객지’를 경험하게 합니다. 객지에서 사서 먹는 밥이 늘 갈증나고 배고프고 정에 굶주리게 합니다.

매일 매일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시는 집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하나님의 집입니다. 돈을 내고 사서 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와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아버지 집에 오면 기도와 찬양, 말씀, 성도의 교제...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 아버지는“집 밥”을 해 주십니다.

올 겨울은 우리네 삶도, 날씨도 너무 추워서 따뜻함과 정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집 밥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객지에서 서성이지 말고 늘 밥을 해놓고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아버지 집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집 밥이 있는 아버지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집 밥, 실껏 드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모두 건강해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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