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어느새 가을입니다

송종남목사 0 9,432 2012.09.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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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Pointe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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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후 몇몇 교우들이 산책하는 길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5월부터 갑자기 10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를 두고 이상 기온이라고 얘기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름이면 비 한방울 없이 연일 100도를 오르내리는 텍사스에서 여름을 7번이나 보냈던 사람이라서 웬만한 더위쯤은 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라서 저도 ‘어휴 덥다 더워’ 라는 소리를 연발하며 보냈던 지난 여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발행된 달력을 보면 8월 7일이 말복이며 입추였고, 23일은 처서(處署)였습니다. 말복은 말 그대로 한창 더운 여름이 끝난다는 것이고 입추는 가을로 들어선다는 절기입니다. 그리고 처서(處署)는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절기입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곤충도 처서를 시점으로 한철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 어디서 그렇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지 갑자기 가을을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어제까지는 ‘여름’ 오늘부터 ‘가을’ 이렇게 분명한 금을 그을 수 있을 정도로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느낌이 다릅니다.

저는 해마다, 다른 절기도 물론 그렇지만, 여름을 보내고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와 처서를 맞을 때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금처럼 정확하게 무엇을 측정하는 과학적인 기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이런 절기를 만들어서 썼을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경험에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절기를 만들어 썼던 조상들의 지혜가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날씨가 조금만 이상하면 우리는 이상기후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하나님이 정하신 계절의 변화를 보면 조금도 이상 없이 돌아갑니다. 이상한 것 같다가도 제자리를 찾아 돌아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요즘은 ‘무엇을’ 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일하기에도 좋고, 책을 읽기에도 좋고, 공부하기에도 좋고, 산책하기에도 좋고, 운동을 하기에도 좋고, 큐티하기에도 좋습니다. 서늘한 바람과 적당히 따뜻한 햇살은 저절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여름내 분주하게 움직였던 발걸음이라고 한다면 이런 가을은 분주한 우리의 걸음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뒤를 돌아보며 나아가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은 너무 덥다는 이유로 기도도 많이 못했습니다. 성경도 많이 못 읽었습니다. 날마다 큐티를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깊은 묵상을 하지 못할때도 있었습니다. 또 아이들이 방학이라 그 애들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챙기느라 바뻤습니다. 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휴가를 주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도 모두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인, 학교로 돌아갔고, 우리도 휴가를 끝내고 다시 원상의 자리로 돌아 와야 하는 시간입니다.

가을은 우리의 영적인 건강을 위해서 분발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바람 좋다, 햇살 좋다’ 하면서 그냥 즐기라는 게 아니라 안으로 나를 채워 넣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그래야 추수할 것이 있습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 때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뜻입니다. 여름내 정성들여 가꾼 오곡이 마지막 결실의 때를 맞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볕의 기운을 받아 누렇게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가 내리게 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영적 생활에 그런 자연재해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씀과 기도 생활을 든든히 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책들이 아무리 유익하고 좋다한들,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길을 밝혀주는 책이 되지 못합니다.

올 가을은 성경을 좀 더 가까이 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덥다고 건너뛰고 바쁘다고 쉬었던 큐티, 다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도도 더 많이 하는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주님을 만나는 시간을 더욱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 가운데서 때로는 서늘한 바람의 모습으로, 때로는 따뜻한 햇살의 모습으로, 때로는 높은 하늘의 모습으로 다가 오시는 주님을 만나기 바랍니다. 가을은 우리 주님과 데이트를 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뭉개구름을 타고 온다’고 하는데, 우리의 영혼에는 말씀과 기도 속에 오시는 주님을 이 가을에 흠뻑 만나시기 바랍니다.
'아, 어느새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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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뒷길 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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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뒷길 82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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