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네비게이션 있으십니까?

송종남목사 0 8,671 2012.05.30 09:27
제가 가장 즐겨하는 스포츠는 테니스입니다. 비슷한 수준이거나 또는 저보다 실력이 나은 사람과 테니스를 친다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입니다.
테니스를 아주 잘 치는 분이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데, 지난 주간에 그분으로부터 테니스를 함께 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메모리얼 데이 새벽에 일찍 가서 테니스를 치고 저녁 늦게 돌아오면 되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아무래도 그 일정을 하루에 소화하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하루 전에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주일 저녁에 차를 운전하고 떠났습니다. 이곳, 델라웨어에서는 날씨가 아주 쾌청했는데 한시간 쯤 가다보니 날은 이미 저물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것 같은 길인데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낮이면 조금 나을텐데 한 밤중인데다가 낯익은 길도 아니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한 폭우에, 안개까지 낀 빗속을 운전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Emergency 등까지 켜고 아주 천천히 운전을 했지만 도저히 운전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도로변에 두 번이나 차를 세우고 비가 조금이라도 멎기를 기다렸다가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치 앞도 볼 수 없고, 도로 사정을 알 수 없는 길을 운전하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비게이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서 어디가 길인지, 길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보이지 않았지만 네비게이션에는 내가 나아갈 길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자세히 다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심하게 구부러진 길이면 좀 더 속력을 줄이며 조심을 했고, 쭉 뻗은 길에서는 조금 안심을 하며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우리교회는 전교인이 큐티하는 교회가 되자는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속회도 목장으로 변경해서 말씀을 우리의 삶속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나누는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장년 교육부 주최로 제2차 큐티 세미나도 했습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계속 ‘큐티, 큐티’ 하니까 부담도 되고 또 살짝 거부감까지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서 개인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제자로 변해 가는지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고, 또 큐티의 영적인 파워를 누구보다 저도 잘 알고는 있지만, 사실은 저도 큐티를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한 사람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도 큐티의 초보자입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큐티세미나를 통해서 열심히 배웠고, 큐티에 관한 자료와 책을 읽으며 열심히 큐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큐티가 아직 제 삶에 완전히 체질화 되지 못하다 보니까 바쁘면 못 할 때 도 있고, 또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큐티는 제 믿음생활과 목회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고 날마다 감사하며 하고 있습니다.
 
혹시 큐티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매일 매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갖고 계시거나, 또 시작은 했었지만 매일 하지 못해서 중단하신 분들이나, 또 하고는 싶지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약간 거부감이 드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그러나 괜찮습니다.

저도 큐티에 관한한 초보자라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배우고 훈련하며 함께 자라가고 있습니다. 마음은 급하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습니다. 설령 하다가 몇일, 또는 꽤 오래 못했다 해도 성경을 다시 펴고 또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러다 늘 시작만 하다 말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몇 십번, 몇 백번의 시작이 쌓이면 우리도 언젠가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날마다 성경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읽어보려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에 와 닿은 말씀, 또 좋은 말씀들을 그냥 한번 내손으로 베껴 써 보기라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는 중에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만지시고, 음성을 들려주시고, 깨달음을 주시고, 삶에 적용하며 살 수 있게까지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콩나물시루에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콩나물은 어느새 자라납니다.

저도 큐티의 초보자입니다. 오래하신 분들은 더욱 열심히 하면서 영적으로 강건하게 서고, 날마다 삶속에서 적용하시기를 바라고, 또 저와 같은 분들은 함께 배우고, 함께 훈련하고, 함께 자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 인생의 네비게이션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성능 좋은 GPS입니다. 큐티의 초보자든 경력자든, 날마다 우리를 인도하시는 말씀의 네비게이션인 큐티를 통해 하나님이 이끄시는 축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네비게이션 있으십니까? 아직 없으시다면, 빨리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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