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서

송종남목사 0 8,594 2011.01.10 13:36
새벽기도 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눈발이 희끗 희끗 날렸습니다.
어제 저녁에 어떤 장로님께서 내일은 눈이 온다고 새벽기도 올 때에 샛길로 오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났지만, 아직은 눈이 쌓인 것도 아니고 새벽공기 또한 포근해서 그냥 다니던 길을 택해서 출발했습니다.
그저 하나 둘 날리는 눈발인데도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아내와 나는 ‘야 눈이다 눈!’ 이라는 탄성을 연실 질렀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휘날리는 눈발이 얼마나 멋있고 환상적인지...금새 눈이 배경이 되었던 영화와 음악들이 막 떠올랐습니다. 미국에 와서 오랫동안 따뜻한 남부지역에만 살다보니 이렇게 눈발만 희끗희끗 날려도 너무나 반갑고 신기해서 애들처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텍사스에 2009년 3월에 이상하게 눈이 쌓이도록 온 적이 있었습니다. 텍사스에 눈이 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상기후로 인한 눈이지 보통 때는 눈을 거의 보기 힘든 지역입니다. 마침 대 심방을 하던 기간이었는데 제 아내는 심방하는 집집마다 사진을 찍어드리고, 심방 후에도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성도님들 사진을 찍어드리기위해 공원으로 길로 누비며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안 오는 지역에 눈이 오는 날은 그야말로 한바탕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
저와 제 아내에게 오늘 아침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까 그렇게 희끗희끗 날리던 눈발은 어느새 온 세상을 새하얗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차도, 길도, 나무도... 온통 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아직 자고 있는 애들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며 이곳에 눈이 왔다고 한바탕 소동(?)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오래사신 분들은 ‘이것은 얼마짜리 눈‘ 이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이 눈을 치우는데 드는 비용을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눈 치우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든, 미끄러운 길에서 운전할 일이 어떻든 ... 우리는 이곳에 와서 처음 맞는 눈이 마냥 신기하고 좋고 반갑기만 했습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좀더 살면 그런 생각을 먼저 할 테지만, 그러나 오늘은 그런 생각은 아예 안하기로 했습니다. 무드에만 젖어보기로 합니다. 아니, 현실은 현실이래도 때로는 분위기에 흠뻑 취해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숲 속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모닝커피도 마셨습니다.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설경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바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고 겨울연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나님께서 연출하시고 찍으시는 영화속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이었습니다.
델라웨어에 와서 처음 맞는 눈, 너무나 신기하고 반갑고 ...그래서 우리를 축복하시는 서설이라 생각하며 오늘하루 눈을 만끽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눈이 배경으로 된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서 마냥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winter_church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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